나의 작업은 기억들을 회상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무수한 기억과 경험들이 겹쳐져 더 단단해지고 가끔 지나온 세월을 다시 회상하며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표현한다.
나는 유리 자체에서 오는 투명함과 신비로움, 빛에 드리우는 유리 그림자까지 그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뜨겁게 녹아 있는 유리는 존재하기 전의 무형의 상태와 같다.
이 뜨거운 유리를 파이프 끝에 말아 올려 표면에 기포 막을 입히고 그 위에 다시 유리를 감싸는 과정을 반복하면 유리 속 무수한 기포들이 시간을 가두고 겹쳐지며 하나의 결이 완성된다. 유리에 옻칠을 하는 작업 또한 여러 겹의 옻칠을 쌓아 올리고 다시 깎아냄으로써 덮여있던 결들 사이에 숨겨져 있던 유리를 보며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옻칠의 결 사이에 빛나고 있는 유리의 빛깔과 무수한 기포가 겹겹이 쌓여 빛나고 있다. 여러 겹을 통해 비춰 보이는 신비로운 깊이감을 느끼며 함께 빛나는 기억을 떠올렸으면 한다.